clear에서 비중이 제일 높은 등장인물이라면 역시 주인공 - 유키노 코이치 이지요. 통상적이라면 히로인에게 이야기가 집중되고 주인공은 플레이어와 동조해서 히로인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해 나갑니다만, clear의 비중과 문제는 히로인과 코이치로 나뉘어져 있고, 히로인보다는 코이치의 비중이 큽니다. 그만큼 독백도 많고, 주인공으로서의 자아도 강한편에 속하기 때문에 감정이입이라는 측면에서는 많이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동조할수 없는 부분이 꽤나 많으니까요.
코이치는 통상적인 주인공과는 달리 처음부터 감정이입을 하는것은 절대에 가깝게 무리입니다. 주인공의 자아가 강하고, 마음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으며, 그 결함때문에 코이치는 보통사람의 상식을 의식해서 행동합니다. 보통사람인 '척' 을 하지요. 3인칭으로 본다면 그냥 조금 이상한 사람에 불과하겠지만 1인칭으로 내면에는 이런저런 생각들을 본다면, 그것은 통상적인 사람이 볼때는 '아무래도 미친것 같아요' 가 되겠지요. 초반 공통루트중 코이치의 도쿄에서의 어린시절만 해도
'저 강아지 불쌍해... 오빠... 묻어주자'
'응? 쓰레기가?'
'에?!'
'그렇지만, 쓰레기같은건 여기저기 있잖아. 저쪽의 깡통도, 과자봉지도, 담배꽁초도. 저런것도 불쌍해?'
라는말을 할 정도니까요. 그래서 보통사람과는 다르다는것을 자각해서 주위와 투명한 '벽' 을 만들고, 보통사람인 '척'을 하다가 결국은 자신이 보통사람과는 다른 치명적인 결함인 '흡혈종(吸血種)때문에 사고를 치게 되고, 결국 어렸을적에 지내던 섬인 하루카시마에 돌아오는게 초반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체험판...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체험판이 있으면 이 부분까지는 공통루트에 속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공식 홈페이지에는 없긴 합니다만, 잡지부록으로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어떤 사건을 계기로 코이치의 마음에 빠져버린 '상냥함' 그것을 찾아나가는것이 이야기의 목적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빠져버린 상냥함 때문에 타인에게 상냥하지 않은것은 당연하고, 자신에게도 상냥하지 않습니다. 고행을 즐기고, 매점이나 학교식당에서는 자신이 만든 요일과 날짜에 따른 법칙으로 결정할 정도니까요. 본인은 마음이 없다고 하지만 정확하게는 상냥함만이 빠져있는 것이겠지요. 코이치가 가장 활약을 많이 하는 모 루트에서는 히로인을 위해서 폭력을 쓸 정도니까요. 아쉬운 점이라면 코이치가 히로인을 위해서 자발적으로 활동하는 루트가 하나밖에 없다는 것이네요. 다른 루트는 그냥 히로인을 위해서 흘러가는것으로 보였으니까요. 다른 루트도 히로인을 위해서 활동을 하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본능에 가깝지, 그 유일한 루트는 생각을 하고 움직이니까요. 그 루트가 다른 4명의 히로인들과는 다른 길을 걸어서 제일 좋다...라고까진 못해도 독보적이긴 합니다만.
모 히로인루트에서는 자신을 좋아하는 여자아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가능한한 생각하고, 물어보고, 실수하고서도 다른사람에게 말을 듣고서야 그 여자아이가 자신을 좋아했던것을 알아차릴 정도이니까요. 통상적이라면 둔감...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만, 코이치의 경우에는 둔감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둔감은 어디까지나 감각이 둔할뿐이지, 코이치처럼 감각이 '없는'것은 아니니까요.
이론무장도도 약해서 언어의 탄막을 펼치지도 못하긴 합니다만, 오히려 그렇지 않아서 아직 구원이 있었다는 생각도 드네요. 그런 탄막을 펼치면 펼칠수록 내면은 비뚤어져나가겠지요. 그런면에서 이야기의 비중은 전혀 없는 코이치의 담임선생인 누이구루마는 코이치의 배드엔딩의 미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공통루트나 히로인루트 초반에서 누이구루마와 비슷한 행동을 꽤 많이 하니까요.

창문으로 비춰지는 모습은 되고싶은 모습. 실제로 비춰지는 모습은 현재의 모습이 아닐까 싶네요.
대략 50시간이라는 플레이타임에서 지루하지 않게 할 수 있었던것은 역시 히로인보다는 코이치의 모습을 보는것이 좋아서 였습니다. 상냥함이라든지, 친절함이라든지를 자신 나름대로 계산하면서 행동한다는 점에서 통상적인 주인공과는 정 반대에 위치하고 있으면서도, 각종 사건들과 히로인과의 교류에서 생기는 미묘한 심정의 변화를 보는게 좋았네요.
그럼 여기서부터는 단점입니다.
코이치의 문제-잃어버린 상냥함을 찾는것-를 해결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독백을 계속 본다는 생각이 충분히 들 수 있다는 점이 있겠네요. 히로인을 위해서 폭력을 쓰는 루트를 제외하면 그 외 4개의 루트는 비슷비슷한 감각을 받기 쉬우니까요. 물론 각 루트마다 같은것을 봐도 느끼는것은 미묘하게 다르기도 하고, 주요 사건은 당연히 다르긴 합니다만, 1인칭 시점이라는 점에서 항상 비뚤어진 생각을 하는 코이치의 모습에 질릴수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런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 18명에 달하는 서브캐릭터가 있긴 하지만요. 전 코이치에게 꽤 동조를 많이 해서 전혀 질리지는 않았습니다만, 독립된 히로인을 제외하면 3명째 히로인에서 충분히 질릴수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전체적인 시나리오 퀼리티가 안정적이어서 어떤 히로인을 먼저 시작하든 초반에 잡는 히로인은 괜찮게 할 수 있다는 말도 되긴 합니다만.
어디가니 그날-gift-clear 이 셋의 시나리오를 쿠레님이 혼자 다 쓰셨는데, 혼자서 다 쓰다보니 원패턴으로 보인다는 점도 있겠네요. 어디가니 그날의 경우에는 따로 진엔딩이 존재해서 문제는 없었지만 gift와 clear는 패턴이 단순화 되는점이 있었습니다. 뭐어 clear는 gift와는 달리 주인공의 설정에서부터 상당히 특이하긴 해서 gift때보다 패턴이 단순화되긴 했지만요. 그래서 히로인 루트에 들어갈때마다 대충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이 갔고, 그 예상이 꽤나 많이 들어맞았습니다. clear는 주인공이 조금 특이해서 그렇지, 1인칭 시점이 아닌 관찰자 시점에서 보면 제법 평범하거든요. 후반부에야 잔혹대사-그것도 히로인에게만 적용되는-것이 꽤 있긴 하지만요.
저야 예상대로 전개되는데에도 불구하고 루선에 자극을 받긴 했습니다만, 이건 역시 별개이겠지요.
일본웹쪽에서 본 몇몇 글에서는 어디가니 그날의 비뚤어진 눈물이 아니라서 별로였다고 한 글도 있었는데, 애초에 기대를 잘못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clear의 문구만 봐도 いつか流せるだろう ――完璧な涙を(언젠가 흘릴수 있겠지 -완벽한 눈물을) 이니까요.
clear의 이미지송인 Perfect tears입니다. 오프닝인 硝子のLoneliness(유리의 고독)과는 멜로디가 꽤 비슷한것을 보면 Perfect tears쪽이 원래 오프닝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혹은 애니화 대비라든지 말이지요. 애니화는 일단 기획중이라고는 하는데... 통과가 될지 안될지도 모르고, 통과가 된다고 해도 빨라야 금년 10월이나 내년 1월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고보면 gift도 판매량이 그렇게 많은편은 아닌데 용케 애니화가 되었네요. 뭐어, 소재 자체가 괜찮기도 하지만 뒤에서 받쳐주는 세력이 있기도 하니까요. 05년 에로게에서 애니화된것중 gift보다 판매량이 많은건 아야카시, 오토보쿠, 해피네스, 스쿨데이즈, 페이트(04년게임인데 여기 있네요;) 요아케 정도가 있는데(넵. 사실은 최하위 입니다), 요아케나 해피네스에 비하면 그래도 괜찮았던것 같습니다. 뭐어, 그 둘이 레전드급이라는것을 생각하면 여전히 최하위이긴 하네요(...)
어차피 마이너게임인 이상 1쿨인건 확실하다고 봐도 될텐데, clear 애니판은 서브캐릭터들이 거의 다 잘려나갈것 같네요. clear의 매력중 하나는 서브캐릭터이기도 한데 말입니다.







덧글
로릿치 2008/01/09 11:26 # 답글
저도 그 긴 시간동안 플레이하면서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는게 상당히 놀라웠습니다. (...)
감자 2008/01/09 12:56 # 답글
주인공 설정이 상당히 재미있네요.그보다 50시간짜리를 1쿨로 한다면 AIR처럼 좋은건 알겠는데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 수준으로 흘러갈지도 모르겠네요 -_-;;
ckatto 2008/01/10 18:23 # 답글
로릿치님//주인공이 지금까지 보기 힘들거나 없었던 타입이었으니까요.감자님//1쿨은 어떻게 봐도 무리니 타협점으로 여동생과 소꿉친구루트만 넣는 방법도 있겠지요. gift때는 히로인 한명의 루트가 아예 안나왔으니 1쿨이라면 눈물을 머금고 삭제를 해야할듯 합니다.